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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놈의 TV

홍만표와 조들호, 현실과 판타지 사이

홍만표와 조들호현실과 판타지 사이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주인공 박신양

 

 

 

 

KBS2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보면서 갑자기 욕지거리가 나왔다. 작가나 프로듀서, 열연한 배우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시청자들에게 이런 판타지를 보여줘서 뭘 어쩌겠다는건지? 화가 났다. 말하자면 변호사 조들호(박신양)가 재벌총수와 지검장의 검은 고리를 밝혀내면서 그들을 통쾌하게 단죄한다는 뻔한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근간이다. 드라마의 외양은 분명 리얼리티를 앞세운 현실고발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드라마의 맥락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초극강 판타지일 뿐이다. 드라마가 현실 세상을 반영하는 리얼리티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 드라마는 설정 자체가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공허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다  

 우선 이런 드라마를 공영방송에서 방영하고 있다는 게 화가 났다. 게다가 드라마 제작사를 보니 SM엔터테인먼트다. 그 곳은 어디인가? 철저하게 소녀들의 판타지를 자극하여 수입을 올리는 상업적인 연예기획사다. 그 회사는 음악에 대한 사회적 기능, 가령 힐링이나 위안 등을 음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어쩌면 드라마 제작진들이 항변할지 모른다. 법조비리로 온 세상이 시끄러운 지금 통쾌하게 가진 자들을 향해 복수하는 드라마라고. 어느 드라마보다 리얼리티도 강하고, 현실인식도 강한 드라마라고. 그러나 반어법이 지나치면 보고 듣는 사람이 상처를 받는다. 이건 신데렐라가 구두 한 짝 때문에 왕자님을 만나 행복해지는 이야기와 차원이 다르다. 드라마를 보면서 상처를 받다 못해 화가 나고 분노가 치솟았다. 이제 사탕발림으로 시청자를 우롱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제작진들은 드라마를 쓰고 만들면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홍만표와 최유정 변호사의 기사를 접하며 화가 나서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 백억 혹은 이백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은 그들이 타고난 머리회전을 무기삼아 지난 5년간 벌어들인 불법적인 수익이다. 검찰에서 온갖 탈법과 불법을 배운 뒤에 이를 활용하여 허가낸 도둑질을 한 결과다. ‘그들만의 리그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만들어낸 걸작(?)이다. 열아홉살 소년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컵라면을 싸기지고 다니면서 지하철에서 작업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나라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운호나 최유정과 홍만표 변호사 등이 보여주는 진흙탕 싸움이야말로 정말 리얼한 드라마이자 우리들의 맨얼굴이다.

 세상에 이리저리 깨지면서도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희망고문을 당하면서 살아가는 이땅의 청춘들에게 어른들이라면 이제 정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세상에 권선징악 따위는 없다고. 좀더 이를 악물고 독해져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악착같이 살지 않으면 언제 등 뒤에서 (누군가가) 칼을 들이댈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가르쳐야 한다. 힘없는  여성들에게 호신용으로 무기라도 하나씩 가지고 다니라고 조언해야 한다.

 세상 어디에도 조들호 같은 변호사가 없다고 알려줘야 한다. 국가가 위험에 처한 국민을 위해 특수부대를 파견하지 않는다고 가르치고, 혹 죄를 짓고 법정에 서게 된다면 (조들호 같은 변호사가 필요한게 아니라) 돈이 있어야 형량을 줄일 수 있으니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수많은 아이돌들이 양산하는 음악이 소녀들이 알고 있는 음악의 전부가 아니라고 알려줘야 한다. 도덕 교과서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서 청춘들을 현혹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