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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빵도 안되는 시

오광수의 오솔길 2




봄꽃 
                /김윤환/


남산을 돌아

장충동 오는 길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진달래를 본다


제 몸 달아올라

온 산을 다 태워도

제 향기 놓치지 않는

저 꽃의 몸부림

내 작은 가슴에

불붙어 오는 그리움도

저 산에 뿌려져

제 모습 온전히 드러내는

한바탕 몸부림이었으면


꼿꼿이 서서

붉은 채로 죽어가는

봄꽃이었으면


-시집 ‘그릇에 대한 기억’(문학의 전당)

4월이 다 지나간다. 4월은 춥고 스산했으며 끝내 강원도 어디쯤에 폭설을 퍼부었다. 비바람 속에서 오체투지로 버티던 꽃들도 철늦은 꽃샘바람에 새파랗게 질렸다. ‘꼿꼿이 서서 붉은 채로 죽어가는 봄꽃’들이 짧지만 화려했던 봄날의 한때를 그리워하면서 초록 속으로 급하게 몸을 숨긴다. 때로 저 봄꽃들처럼 살다 가고싶다. 온몸 불살라 타오르다가 소리없이 지워지고 싶다. 하얗고 붉은 꽃잎들이 꽃비로 뿌리는 이 저녁, 지는 꽃보다 먼저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산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다.

〈오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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