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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빵도 안되는 시

해녀

 

 

 

해녀

 

 

바다와 남자는 돌아서면 늘 그립다

베개 당겨 돌아눕는 밤이면

자궁 가득 달덩이처럼 부풀어오르는

미치도록 뜨거운 그리움,

그리움에 물들어 파도는 저리 조용하고

하현달 맑은 빛 해살대는 바다 위로

가슴 맑은 사내가

억센 팔뚝 드러내고

첨벙거리며 다가온다.

 

빈 소라껍질이거나 뒤엉킨 해초 같기도 한

풍진 같은 세월을

파도의 물결에 쓸어버리고

다시 길 나서는 새벽.

지난밤 그리움이

바다를 뒤덮으며 붉디붉게 살아오르고

몸 하나 믿고 사는 착한 해녀가

뜨거워진 파도 위로 몸을 던진다.

  

 

오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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