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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놈의 TV

추석대목, 성룡은 어디로 갔을까?

 추석대목, 성룡은 어디로 갔을까?
 
 

 

 

 

 거대 도시의 한 가운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추석은 마치 ‘숨구멍’ 같은 것이다. 고향을 찾아가 차례도 지내고 그리운 가족과 친지, 그리고 동네 친구들을 만나서 술 한 잔 나누면서 고단했던 시간들을 털어버릴 수 있는 시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돌아왔다. 이땅의 소시민들의 삶은 그 어느때보다도 어렵고 힘들지만 들판의 곡식과 과일들은 풍성한 햇빛으로 풍년이라는 소식이다. 그런데 추석인데, 추석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허전했다. 뜬금없을 지는 모르지만 추석 극장가나 TV영화에 성룡이 사라진 것이다. 한 시절 ‘추석’과 ‘성룡’은 동의어였다. 적어도 지난 20년 안팎에 성룡은 이땅의 추석과 동지적 관계였다. 몸개그를 바탕으로한 성룡표 액션영화는 극장에서 늘 만원사례였고, 지상파 TV 추석특선영화의 단골메뉴였다.
 성룡에서 재키찬으로 넘어가면서 홍콩자본이나 헐리우드 자본으로 만든 그의 영화는 영화수입업자들에겐 흥행을 보증해줬고, TV에서는 시청률을 보장해줬다.오죽했으면 추석TV영화를 소개하는 지면 제목이 ‘식상한 성룡표 액션, 추석 안방극장 점령’식의 제목이 달렸을까.
 성룡의 성룡에 의한 성룡의 영화들을 보자. 우선 <취권>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슬랩스틱 코미디의 소재가 됐던 <취권> 속의 성룡은 한 잔 술에 휘청거리면서 악당들을 제압했다. 또 성룡과 홍금보, 원표 등을 내세운 <쾌찬차(快餐車)>도 기억에 남는 영화다. 뚱뚱하고 코믹한 이미지를 가졌으면서도 싸움만은 최고인 홍금보나 날쎈 다람쥐 같은 원표가 성룡과 함께 홍콩 코믹액션을 대표하는 배우로 떠오른 흥행작이었다. 또 <폴리스스토리> 시리즈 역시 매년 추석 대목에 한국 극장가를 점령한 영화였다. 그밖에도 <프로젝트 A> 시리즈를 비롯해 <용형호제> 시리즈 등도 성룡표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액션 대작이었다.
 따지고 보면 성룡이 이땅의 추석대목을 석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컨텐츠였다는 것이다. 영화관은 설날이나 추석날 가는 게 전부였던 서민들에게 아이들 손잡고 가기엔 가장 안성마춤인 영화가 성룡표 영화였다. 지상파 TV도 온 가족이 둘러앉은 프라임 시간대에 시청률을 올리기에 성룡 영화만한 컨텐츠가 없었다.
 하긴 성룡은 1954년생, 우리 나이로 환갑이 넘었다. 그의 근작들을 보면 예전의 날렵했던 액션을 계속하기엔 그의 몸이 따라가지 못할 나이게 됐음을 절감케 한다. 산업적으로 이야기하면 한때 아시아나 세계 영화산업을 쥐락펴락했던 홍콩이나 헐리우드의 장악력이 예전만 못하다. 
 성룡이 없다고 지상파에서 하는 추석영화를 포기할 수  없다. 올해 길지 않은 추석에 지상파 TV에서 준비한 영화들을 살펴보니 장르도 다양하고 볼만한 영화들도 눈에 띈다. 그러나 천만 관객의 영화 시대에 어떤 영화를 들이대도 ‘이미 본 영화’이니 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SBS에서 하는 송강호와 이정재가 주연한 <관상>이나 김우빈과 고창석이 나오는 액션스릴러 <기술자들>, 귀여운 박보영이 나오는 <피끓는 청춘>(KBS2)과 유승룡과 유준상이 주연한 액션물인 <표적>(KBS 2) 등은 극장에서 놓친 시청자들이 볼만한 영화다. 그리고 <스타워즈> 시리즈의 마니아들이라면 EBS에서 마련한 시리즈를 챙겨볼 일이다. <레옹>아니 <왕의 남자>도 하지만 이거야말로 재탕이 아닐까.
 하긴 추석을 앞두고 성룡영화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하거나 아쉬워 한다면 연식이 좀 됐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다. 그래도 아쉽다. 성룡 아저씨. 요즘 한국에도 자주 오는데 미디어들 조차도 별 관심이 없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