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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다방은 어디로 갔을까?

문산 세탁소집 아들 윤도현

 

 

                                      1997년 당시 윤도현밴드 멤버들.

 

거칠지만 당당했던 윤도현, YB 20년 역사를 쓰다

 

 

 가수 윤도현이 이끄는 록밴드 YB가 20년이 됐다. 대단하다. 이 나라, 이런 음악풍토에서 록밴드가 20년을 버티다니.
 95년이었다. 야근을 하면서 편집국으로 배달된 신보들을 듣다가 한 남자 신인가수의 앨범에 눈길이 갔다. 윤도현의 ‘타잔’을 그렇게 만났다. 거침이 없는 싱싱한 보이스로 쉬지 않고 달리는 그의 노래에서 야성의 힘이 느껴졌다. 게다가 노랫말도 묵직하면서도 경쾌했다. 인터뷰 요청을 하고 신문 편집국에서 처음 만난 윤도현은 스물셋 싱싱한 청년이었다. 막 육군 단기병으로 제대를 했기에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밤톨머리를 한 그가 참 씩씩하게 느껴졌다.
 “노랫말에 무게를 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대중들과 더불어 함께 노래하면서 때로는 즐거움도 같이 나누고 아픔도 같이 하는 가수가 될 겁니다.”
 거침없는 자신의 음악적 견해를 털어놓는 그에게서 굳은 심지가 느껴졌다. 게다가 노래를 하기 위해 다니던 대학을 중퇴했고, 문산에서 세탁소를 하시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좋은 노래를 부르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그에게서 뭉클한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송창식과 짐 모리슨, 신중현을 유독 좋아한다는 윤도현의 시작은 음악에 대한 정직함이었다. 당시 윤도현의 콘서트를 본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은 “투박하면서도 서툴지만 있는 그대로의 솔직함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그는 기자에게 록밴드를 결성하여 ‘록스프릿’이 충만한 밴드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을 지켰다. 97년 윤도현 밴드와의 첫만남. 흔히 ‘윤밴’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멤버들을 만났을때 한결같이 윤도현을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랜 그룹활동을 했던 기타리스트 유병렬이나 속초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록밴드를 이끌었던 드러머 김진원 등을 영입하여 결성한 밴드는 마치 공포의 외인구단을 연상케 했다. 나이나 경력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뭉쳤다는 그들은 음악이나 외모에서 야심이 느껴지는 밴드였다.
 원년 멤버인 박태희(베이스), 김진원 등이 그와 여전히 호흡을 맞추고 있다. 당시 그들이 보여준 음악은 세상을 향한 분노였다. 97년 여름을 강타한 폭우로 문산읍이 물바다가 되면서 윤도현의 아버지가 경영하던 세탁소는 큰 손해를 봤다. 그런 속에서 만든 음악들이 달콤할 수는 없었다. ‘가리지좀 마’ 등의 노래는 거칠고 투박했지만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다.
 여하튼 그들이 20년이 됐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는 한편에서 박노해의 시에 선율을 얹은 음악을 발표하기도 했고, 표현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투사였다. 그런가 하면 월드컵송으로 국민적 스타가 되기도 했으며, ‘나가수’에 출연하여 몸값을 높이기도 했다. 평생 사랑노래 따위는 부르지 않을 것 같았는데 ‘사랑 2’‘너를 보내고’‘가을 우체국 앞에서’등 서정적이면서도 달콤한 노래도 히트시켰다. 그리고 요즘엔 김제동, 김C 등 인기스타를 거느린 기획사의 사장이기도 하다.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노래로 록스프릿을 잃어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가 콘서트 무대나 뮤지컬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여전히 건강하고 아름답다. YB가 적어도 40년쯤 지속되는 밴드의 주인공이 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