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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다방은 어디로 갔을까?

박진영, ‘춤에 미쳐 인생 조진 녀석’

박진영, ‘춤에 미쳐 인생 조진 녀석

 

 

 

                                                       박진영, 사진 경향신문 사진부

                                                         

 

 

 

 지금은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끌면서 가수이자, 제작자, 프로듀서, 작사가, 직곡가, 방송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박진영이 '춤에 미쳐 인생 조진 녀석'이었다면 의아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력을 보면 무명시절 그런 말을 들었던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 박진영은 소위 스카이로 불리는 대학에 입학한 수재였다. 90년초 우수한 성적으로 연대 지질학과에 입학했으니 요즘 말하는 엄친아였다.

 그러나 고교시절부터 박진영은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팔방미인이었다. 고등학교때 전교 학생회장에 출마한 박진영은 각 반을 돌면서 춤을 추는 유세로 학생회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일찌감치 이태원의 클럽에 출근하면서 익힌 춤솜씨를 학생회장 선거에 응용한 것이다. 80년대 후반 이태원 클럽에 다니면서 춤에 미친 박진영은 당시 이태원을 휩쓸던 이주노나 양현석 등 고수 춤꾼들에게 춤을 배우겠다고 매달리는 별난 녀석이었다.

 대학에 입학했지만 박진영은 공부보다는 춤과 노래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당시 신승훈과 김건모로 가요계를 휩쓸던 기획사 라인음향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그곳에는 김건모를 프로듀싱하면서 훗날 미다스의 손으로 떠오른 히트제조기 김창환이 있었다.

 

어느날 라인음향의 사맹석 사장은 자주 회사에 드나들면서 아래위층을 껑충거리면서 박진영을 발견했다. 그래서 김창환에게 물었다.

재 누구야? 특이하게 생겼네.”

. 쟤 춤에 미쳐서 인생 조진 놈이예요.”

 그랬다. 김창환의 눈에는 멀쩡하게 명문대학에 합격해놓고도 춤을 추겠다면서 돌아다니는 박진영이 춤에 미쳐 인생 조진 놈으로 보였다. 그런데 춤에 미쳐 인생 조진 놈치고는 그 열의가 대단했다. 박진영은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사맹석 사장에게 영어회화도 가르치면서 기획사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정성이 통해서 김건모의 1집 활동때 백댄서와 코러스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사의 눈에는 얼굴 안되고, 노래가 안되는 연습생일 뿐이었다.

 

 그러나 박진영에게도 기회가 왔다. 김건모의 성공에 힘입어 서둘러서 새로운 댄스그룹을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93년경 3인조 혼성그룹 프리스타일을 결성했다. 멤버는 박진영과 박미경, 구준엽이었다. 외모는 조금씩 모자라지만 춤과 노래로 승부하자는 전략을 가진 팀이었다. 보컬의 핵심은 박미경이었고, 박진영과 구준엽이 춤으로 받쳐주는 구조였다. 그래서 이름도 프리스타일로 정했다. 그러나 프로듀서 김창환은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서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도무지 컨셉이 서지 않았다. 고심 끝에 팀을 해체하기로 했고, 결과적으로 박진영만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박미경은 파워풀한 가창력을 내세운 솔로가수로, 구준엽은 강원래와 짝을 이뤄 댄스듀오 클론의 멤버가 된 것이다. 엄청난 기대에 부풀었던 박진영이 얼마나 크게 상심했을까. 훗날 사맹석 사장은 흙속에 묻힌 진주를 알아보지 못한 건 순전히 자신의 실책이었다고 술회했다.

 

 결국 박진영은 라인음향에서 둥지를 틀지 못하고 대영기획으로 넘어가서 솔로가수로 데뷔한다. 그가 데뷔했을 때 박진영은 지금보다 훨씬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각이 지고 새까만 얼굴 때문에 동남아에서 넘어온 가수처럼 보였으니 방송무대에 서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박진영은 기획사에서도 크게 지원받지 못하고 자신만의 노력으로 무영을 탈출한 케이스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곡을 쓰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무대 뒤에서 박진영은 다른 가수들과는 확연히 구분됐다. 다른 가수들이 잡담을 하고 있을 때도 박진영은 끊임없이 푸쉬업을 하는 등 자신의 몸을 만들었다. 선배가수들이 여기가 체육관인 줄 아느냐?”며 핀잔을 줘도 박진영은 결코 그치는 법이 없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외모 때문에 망할 뻔한 박진영은 결국 외모 때문에 성공했다. 그룹 god의 김태우와 슈퍼스타 비는 외모 때문에 수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진영은 외모보다는 그들이 가창력과 탁월한 춤솜씨를 인정하여 과감하게 캐스팅했고, 결과는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뭐든지 미쳐야 한다. 미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박진영이 보여주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