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06

다시 활판이 그립다 다시 활판이 그립다 사진 경향신문 사진부 1980년대 중반 내가 처음 신문사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다. 그 당시 신문사의 많은 부서 중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곳이 문선부(文選部)였다. 문장을 고르는 부서인가? 그러나 문선부의 풍경은 보통의 사무실과는 사뭇 달랐다. 켜켜이 쌓여 있는 납활자들과 그 사이사이 부지런히 손을 놀려 납활자를 고르는 문선공 형님들. 문선부는 신문이나 인쇄공장 등에서 원고대로 활자를 골라내는 부서였다. 무협지 풍으로 얘기하면 칼로 바람을 가르듯 활자를 골라내서 순식간에 목판에 조판을 해서 문장을 완성하는 문선공 형님들의 신공(神功)은 정말 놀라웠다. 기자가 쓴 원고의 속도보다 활자를 골라내서 조판을 하는 문선공들의 손놀림이 더 빨랐다.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 더보기
그녀가 떠났다 그녀가 떠났다 사진 경향신문 사진부 욕망이란 이름이 전차를 타고 -연극배우 윤소정 태초에 그녀를 장미라고 이름하고 신은 가시를 심어주었다. 가시 뒤에 욕망을 숨겨 놓았다 사막 위에 홀로 피어 도도하게 살도록 운명을 주고 그 이름과 분위기에 걸맞게 인생의 무대를 사랑하라 말했다 때론 수녀도 되고, 창녀도 되면서 신이 주신 사막 위의 생을 가시 끝에 달린 욕망을 온몸으로 뜨겁게 사랑했다 붉은 장미가 욕망의 힘으로 불타서 검은 장미가 될 때까지 그 장미가 뜨겁게 부서져 모래알이 될 때까지 그녀는 장미의 이름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 하지만 배우를 인터뷰 하고 기사 대신 시를 썼다. 그 칼럼을 위해 윤소정을 만났다. 오늘 장미가 부서져 모래알이 되었다.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