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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똑 군, 페북 양

김제동을 함부로 차지 마라

 

 

 

김제동이 여전히 뜨겁다. 김제동을 좀 아는 한 사람으로서 논란이 계속되는 현 상황을 마냥 지켜보기 어려웠다. 최근 보도된 기사의 제목들을 보자.

 

-[단독] 김제동, 도봉ㆍ강동서도 1500만ㆍ1200만원서울서도 고액강연 논란.

-김제동 쫓아 논란 판 키운 이언주 “1500만원 강연, 혈세로 특혜 줬다”.

-김제동 또 '지자체 고액 강연료' 논란확인된 강연 수익만 1억원 육박.

 

기사를 열심히 읽지 않고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입만 열면 서민과 청년의 열악한 삶에 대해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김제동이 재능기부를 하지 않고, 고액(?)의 출연료를 받고 강연을 하러 다녔다는 것이다.

우선 어른들 때문에 김제동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대덕구 내 고등학생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김제동의 강연은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방송에서 MC로 만나는 김제동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이명박근혜 정권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블랙리스트 1호로 찍혀서 방송에 나오지 못했을 때 와신상담 만든 콘텐츠가 <김제동 토크 콘서트>. 노래도 아니고 말로 대박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그가 방송 출연도 못하고 변방에서 떠돌던 시절에 경향신문 문화부장이던 나는 그의 매니저(회사 대표)에게 제안했다. 그가 인터뷰어가 되어 이 나라 유명인들을 낱낱이 해부하는 시리즈를 신문에 연재하자고. 그렇게 시작된 시리즈가 <김제동의 똑똑똑>(이 제목 짓는데 34일을 고민했다)이었다. 첫회 인터뷰이가 소설가 이외수였다.

당시 인터뷰 첫회가 신문에 나간 뒤 약간의 과장을 섞자면 대한민국에서 책 좀 팔았다는 출판사에서는 모두 연락이 왔다. 이메일로 장문의 제안서를 보낸 편집자부터, 알음알음 인맥을 통해 연락 온 출판사 대표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책을 내고 싶어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위즈덤하우스)<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위즈덤하우스)였다. 이 두 권의 책은 모두 30만권 가까이 팔리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대한민국 출판 역사상 인터뷰집이 이처럼 많이 팔린 기록은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김제동은 인세를 모두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기로 해서 인세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나중에 김제동이 "이렇게 많이  팔릴 줄 알았으면 절반만 기부할 걸 그랬다"며 농담도 했다. 여하튼 그 당시 김제동과 인터뷰 하고 싶다는 유명인사들이 줄을 섰다. 특히 정치인들은 이런저런 루트로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이효리와 고현정은 김제동과의 친분으로 인터뷰를 한 케이스였다. 김제동의 장점은 모든 인터뷰이를 무장 해제 시킨다는 거였는데 두 톱스타가 무장해제를 한 채 인터뷰를 해주는 바람에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너무 샛길로 많이 빠졌다. 그의 강연 콘텐츠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김제동이 고액을 받고 강연을 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굳이 논란을 만들려면 고액의 출연료를 들여서 초청한 강의나 강연이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물을 수는 있다. 뭐 시의원이나 구의원들의 책무 중 하나니까. 또 원래 김제동이 강연료가 100만원인데 시 관계자나 구 관계자가 한 10여배쯤 부풀려서 지급했다면 당연히 문제삼을 수도 있다.

일일이 얘기하기 힘들지만 연예인들의 출연료는 당대의 인기와 비례한다. BTS의 멤버들을 시의 행사나 구청의 행사에 강연자로 초청할만한 재력을 가진 지자체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우리가 이름 석자를 알고 있는 연예인들을 행사에 부르기 위해서는 기백만원부터 기천만원까지 출연료를 지급해야 한다. 김제동도 그 연예인들 중 한 사람일 뿐이다.

말도 안되는 김제동 관련 기사를 보면서 같은 기자로서 심하게 부끄러웠다. 그 부끄러움을 모아서 주절거려 봤다. 한 시절 김제동이 돈 한 푼 받지 않고 온갖 군데 행사장에 달려가서 재능을 기부한 얘기는 왜 안쓸까?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