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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수상한’ 4월 4월의 꽃들이 속절없이 진다. 채 피지도 못하고 지는 봄꽃들이 안쓰럽다. 궂은 날씨 때문에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한 채 비바람에 스러져간 저 꽃들, 마치 서해 앞바다에서 황망히 생을 마감한 청춘들을 닮았다. 무릇 꽃은 4월의 햇살 속에서 환하게 피어나, 봄꽃에 취한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꽃다울 터인데…. 올 봄 피어난 꽃들은 시절을 잘못 만난 탓에 꽃다운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봄날의 인간사 또한 그러해서 저 남쪽 끝에서부터 발화해야 할 봄꽃축제가 하나둘 취소되더니 북쪽 끝까지 매양 비슷한 풍경이다. 4월의 시인 신동엽은 이렇게 노래했다.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이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 눈이 휘둥그레진 수소문에 의하면 / 봄은 먼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 동백꽃 산모.. 더보기
‘배삼룡’과 함께 사라지는 것들 “신문을 봤더니 10년 동안 물가는 36%밖에 안 올랐는데 등록금은 116%나 올랐대. 아니 등록금이 우리 아빠 혈압이야. 옛날엔 우리 아버지들이 소 팔아서 등록금 댔지만 지금은 소 팔아서 택도 없어. 왜 아버지들이 등록금 대려고 죽을 때까지 소처럼 일해야 되냐고. 우리 아빠가 무슨 ‘워낭소리’야. 이거 슬프잖아.” KBS 의 ‘동혁이 형’ 한마디, 한마디에 관객들이 ‘뻥’ 터진다. 이른바 ‘일침개그’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맨 장동혁씨는 대학 등록금, 휴대전화 요금 등의 불합리를 거침없이 꼬집는다. 재미도 있고, 속도 후련하다. 신예 개그맨이 브라운관에서 빛나고 있을 때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씨가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1970년대 초 MBC 는 보다 훨씬 인기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박치기왕’ 김일의 .. 더보기
울지 마, 아이티의 소녀여 늦은 저녁 국밥집에서 TV뉴스를 보다가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 따끈한 국밥 앞에서 도저히 숟가락을 뜰 수 없었다. 뉴스에서는 아이티 대지진의 현장에서 리포터가 한 소녀의 죽음을 전하고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구출된 11살난 소녀가 “엄마, 죽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끝내 숨을 거뒀다는…. ‘살찐 소파’처럼 부푼 내 몸이, 기아문제에 무관심했던 내 이기심이 한꺼번에 부끄러워졌다. 그랬다. 대지진 전까지 나에게 아이티는 상반된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카리브해의 뜨거운 열정을 담은 그네들의 리듬, 강렬한 삼원색의 색채가 인상적인 아이티 무명 화가의 그림들은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반면 원색의 이면에 도사린 어둠도 또렷하다. 몇 년 전 읽은 일본의 소설가이자 유니세프 친선대사인 구로야나기 데쓰코의 책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