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연예인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우선 두 직업군은 모두 인기를 먹고 산다. 아무리 훌륭한 자원이라도 대중들의 지지가 없으면 인기를 얻기 힘들다. 가수라면 음반이 팔리지 않고, 영화배우라면 관객을 모으기 어렵다. 정치인들도 선거에서 표를 얻지 못하면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가 없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미디어에 자주 오르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신문이나 방송에 이름이 나와야 유명세를 탈 수 있다. 다만 정치면이나 문화면 등에 오르내려야지 사회면의 톱뉴스가 되면 곤란하다.
두 직업군은 이 때문에 평소 이미지 메이킹에 힘써야 한다. 아무리 노래를 잘 부르고 연기를 잘해도 이미지 메이킹에 실패하면 무명의 세월을 견뎌야 하고, 정치인 역시 네거티브 이미지가 불거지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이 때문에 대통령 후보나 국회의원 후보들은 좋은 이미지를 심기 위해 코디네이터까지 동원하여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연예인들에게도 자신의 장점을 살린 사진 한 장이나 화면 속 이미지가 무척 중요하다.
또 하나, 이들의 말 한마디는 보통사람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파괴력이 크다. 말 한마디로 대중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뜻하지 않은 설화를 겪기도 한다. 다만 다른 점은 정치인은 국민들의 이성적 삶, 연예인은 감성적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정책 결정과 한 가수의 히트곡의 무게가 같을 수는 없다. 다시 말해서 유명 연예인보다는 유명 정치인이 훨씬 더 중요한 자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태지를 가리켜 ‘문화 대통령’이라고 불렀지만, 이는 대통령의 덕담이었을 뿐이다.
당 대표 추대 - 8년간 입국금지
여기 안상수씨와 유승준씨가 있다. 한 사람은 집권당인 한나라당 대표이고, 한 사람은 지난 8년간 이 땅을 밟지 못하는 가수 겸 영화배우다. 한 사람은 정치인이고, 또 한 사람은 연예인이다. 두 사람에겐 한국 사회에서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병역기피’라는 의혹이 붙어다닌다.
유승준씨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큰 인기를 모은 솔로 가수였다. 그의 ‘가위춤’을 모르는 국민이 없었고, ‘원조 몸짱’이라고 할 만한 당당한 체격으로 여심을 홀렸다. 그러나 2002년 1월, 한국 국적을 포기한 뒤 미국으로 출국했던 그는 지난 8년간 ‘입국금지자’로 묶여 있다. 연예인 생활 동안 입대해 복무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던 그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자가 되면서 팬들마저 등을 돌린 ‘스티브 유’가 된 것이다.
그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결혼도 하고, 중국에서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민들은 그에 대해 여전히 냉담하다. 한 케이블TV가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를 기획했지만 여론에 밀려 포기했고, 최근 성룡이 제작한 그의 출연 영화도 개봉했지만 왕년 팬들은 발길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국금지 처분이 가혹하다고 얘기했던 한 가수가 네티즌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주 한나라당 당대표로 선출된 안상수씨는 66년과 71년 각각 징병검사와 입영을 기피하고, 73년부터 74년까지 ‘행방불명’ 처리돼 입영기일이 연기됐다가 결국 78년 고령을 이유로 ‘소집면제자’가 됐다. 군대 가본 경험이 있거나 징병검사 통지서를 받아본 한국 남자라면 그가 12년간 군대에 안가기 위해 온갖 편법을 다 썼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안상수씨와 유승준씨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죄’는 같지만 ‘벌’이 다를까. 유승준씨를 벌한 건 냉정한 대중이고, 안상수씨를 사한 건 집권당인 한나라당이란 조직이다. 한마디로 유승준씨는 병역기피 의혹도 눈감아주면서 당대표로 추대하는 부도덕한 조직을 갖지 못한 것이다.
왜 ‘죄’는 같지만 ‘벌’이 다를까
이쯤 되면 8년간 모국에 발길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유승준씨에게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당신이 누군가의 입국금지를 하라마라할 힘 있는 자리에 있지 않았으니 억울해하지 말라고? 아니면 원래 정치인은 적당히 때가 묻어야하는 집단이니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해석하지 말라고 할 것인가.
“화해와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는 안상수 대표의 말이 자꾸만 허언으로 들리는 건 왜일까. 안 대표가 진정 화해와 상생의 정치를 하고 싶다면 국민 앞에 ‘죄’를 고하고 먼저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병역기피 의혹마저 덮으면서 그를 택한 당원들의 선택이 부끄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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