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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놈의 TV

[TV는 추잉검]‘나는 가수다’가 ‘나름 가수다’에서 배워야할 것들




지난 주말 방송한 MBC <무한도전>의 ‘나름 가수다’편은 같은 방송사의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수작이었다. ‘나름 가수다’의 시청률은 20.6%(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나는 가수다’는 8·7%로 실망스런 시청률을 보였다. ‘짝퉁’이 ‘명품’을 가볍게 제압한 꼴이다.

왜 그랬을까. 우선 주말에 방송된 두 예능 프로그램의 콘텐츠를 살펴보자.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7명의 <무한도전> 멤버가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된 ‘나름 가수다’는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정준하의 ‘키 큰 노총각 이야기’는 “마흔 둘 노총각, 제 이야기”로 시작해 “노총각 모두 힘내세요. 우리 꿈은 결혼 아닌 사랑, 죽을 때까지 사랑해요”라고 이어지는 가사가 시청자들을 울렸다. 그런가 하면 정형돈의 ‘영계백숙’, 길의 ‘삼바의 매력’, 유재석의 ‘더위 먹은 갈매기’등은 예능감이 작렬한 무대였다. 때로는 볼거리가 넘치는 뮤지컬처럼, 때로는 80년대 나이트클럽처럼 연출된 무대는 탄성과 웃음이 작렬하는 무대였다. 마지막 심사결과 발표까지도 연출자인 김태호 PD가 몸을 던져 ‘고급 유머’로 재생해내기도 했다.

그에 반해 ‘나는 가수다’는 예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방송 초기에 톱가수들의 치열한 경연으로 온 국민이 주목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으나 갈수록 그 빛을 잃고 방황하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동어반복이다. 가수들만 교체될 뿐 기시감이 느껴지는 무대가 매주 계속된다.새로 투입된 가수들은 사시나무 떨듯하고, 중간평가와 청중평가로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노래도 그렇다. 속삭이듯 시작하다가 한 번쯤 질러주거나, 피아니시모로 시작하여 알레그로로 넘어가는 것까지. 투입된 개그맨들도 도통 ‘개그감’을 발휘하는 걸 볼 수가 없다. 게다가 초기에 보여준 치열한 편곡싸움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이쯤되니 시청자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출연 가수들이 즐기지 못하는데 청중들이 즐거울 리가 없다. 매주 순위발표를 해서 줄을 세우는 것도 이제 식상하다. 예능을 보고싶은데 자꾸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가 되어간다. 

이에 반해 수년째 정상을 지켜온 <무한도전>의 매력은 늘 새롭다는 점이다. 다음주는 뭘할까?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의외성 때문에 시청자들은 궁금하다. 반면 ‘나는 가수다’는 어떤 가수가 투입되고, 누가 떨어졌는지 조차도 궁금하지 않다.

또 <무한도전>은 수시로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 프로그램이다. 매 분기마다 앨범 수익금이나 달력 수익금을 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다. 상업적인 이득을 다시 시청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반면 ‘나는 가수다’가 음원수익 등으로 대박을 냈지만 아직까지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때로는 ‘명품’도 ‘짝퉁’에게 배워야할 것이 있다. 스스로 ‘열등한 인생’을 자처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열정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시청자를 즐겁게하기 위해서는 목숨도 걸겠다는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프로의식이 그들을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