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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빵도 안되는 시

우리도 꽃처럼

 

사진 경향신문 사진부

 

우리도 꽃처럼

우리도 꽃처럼 피고 질 수 있을까
길고 긴 인생 길, 피고지며 살 수는 없나
한번은 라일락이었다가, 이름없는 풀꽃이었다가
가끔은 달맞이 꽃이면 어떨까
한겨울에도 눈꽃으로 피어
동짓날 밤, 시린 달빛과 어우러져
밤새 뒹굴면 안될까.

맹렬하게 불타오를 땐 아무도 모르지
한번 지면 다시는 피어날수 없다는걸
뚝뚝 꺾여서 붉게 흩어지는 동백꽃잎

선홍빛처럼 처연한 낙화의 시절에
반쯤 시든 꽃, 한창인 꽃이 그립고
어지러웠던 청춘의 한 때가 그립네

막 피어난 백목련, 환하기도해라
그 그늘 아래로 조심스레 한발씩
저승꽃 피기전, 한번쯤 더 피어나서
궁상각치우로 고백할 수 있을까

봄바람 가득한 꽃들의 가슴에

사랑한다고 저릿한 고백 할 수 있을까
단 한 번 피었다가 지는 사람꽃

오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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