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광고의 한 장면
모텔어플 광고, 난 불쾌하다
한때 여자연예인들 사이에서 생리대 광고는 기피 대상이었다. 여성들의 은밀한 자기만의 비밀을 만천하에 내보이는 것 같은 광고에 얼굴을 내미는 게 탐탁치 않았을 것이다. 이때문에 생리대 광고는 톱스타들보다는 이제 막 신인티를 벗은 여자연예인들에게 돌아갔다.
시대가 바뀐 탓인가? 요즘 TV광고나 모바일 동영상 광고로 자주 접하는 ‘모텔어플’ 광고에는 거리낌없이 알만한 스타들이 등장한다. 우선 최근 방영 중인 몇개의 모텔 어플 광고를 보자. 한 여성(박기량)이 고혹적인 포즈로 “아, 씻고 싶다”고 말한다. 상대역인 개그맨(?) 유병재는 마치 ‘심봤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미묘한 표정의 변화가 슬로비디오 영상으로 돌아간다. 이 회사는 이 광고에 앞서 개그맨 유상무를 내세운 광고시리즈를 선보였다. ‘택시비가 더 비싸’, ‘갑자기 바다가 보고싶네’ 시리즈는 역시 모텔의 주고객층(?)으로 추정되는 20대들의 야릇한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여자가 모텔에 갔으면 좋겠다는 암시를 하면 남자의 가슴에서 불이 타오른다는 컨셉이다. 이 광고는 TV뿐만 아니라 지하철이나 버스에도 적극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 영화관에 가서 앉아있어도 어김없이 이들 광고와 만난다.
또다른 모텔 어플 회사도 서스펜스 심리 스릴러 영화를 표방한 광고를 선보였다. 이 모텔 어플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과 로그인이 필요 없고, 방문기록이 남지 않는 장점을 광고 속에서 강조한다. 광고 속 여주인공이 연인의 모텔 방문 기록을 찾기 위해 범죄 영화 속 수사 기법을 동원하지만, 이 어플의 ‘기록 초기화 기능’ 때문에 아무런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당신이 이 어플을 이용하면 완벽하게 바람을 피울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캐나다의 토론토에 기반을 둔 회사인 애비드 라이프 미디어(ALM)가 기혼자를 회원으로 받는 이성교제 웹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을 한국에 런칭하면서 기자간담회까지 해서 논란이 됐다.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을 피우세요’(Life is short. Have an affair)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 웹사이트는 기존의 도덕이나 사회적 통념을 뒤엎는다. 그 연장선상에서 모텔어플 광고들이 아무런 사회적 논의도 없이 불특정 대중을 상대로하는 미디어에 마구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한동안 배달 어플들이 치열한 광고 전쟁을 치루더니 그 빈자리를 모텔 어플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배달 어플 광고가 TV와 지하철, 버스를 뒤덮을 때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대한민국의 배달문화 이면에는 알바생들의 착취와 영세업자들의 눈물, 또 저급한 패스트 푸드 문화의 단면을 보는 듯한 불쾌함 때문이었다. 또 그러한 기업들이 소비를 부추기는 기업들이 마치 청년창업의 신화를 만들어낸 주인공처럼 치켜올려질 때 결코 유쾌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드라마나 영화, 예능을 통해 유명해진 연예인들이 거리낌없이 이같은 광고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으니 이 또한 불쾌하다. 한 시절에 유명 스타가 대부업 광고에 출연했다가 사회적 비난여론에 떠밀려 하차한 사례도 있었다. 그들이 대중들을 상대로 얻은 인기를 등에 업고 광고에 출연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들이 얻은 인기에 비례하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대 사회에서 광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미디어를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왠지 나도 대부업체에서 전화 한 통에 싼 이자(?)로 돈을 빌리고, 배달어플을 꼭 눌러서 맛있는 것 시켜먹고, 여자친구 만들어서 모텔어플을 검색하여 자주 투숙을 해야 뒤쳐지지 않는 인생을 사는게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결코 권장할 수 없는 청년의 삶을 미디어가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문화적 척도를 가늠케 하는 감각적인 미디어다. 광고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단면을 보여준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고, 매일 배달음식을 먹고, 모텔 갈 궁리만 하고 사는 게 아닌데…. 우리는 어느새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찌질한 인생들이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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