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종 대장' 손혜원
새정치민주연합 홍보본부장 손혜원 사진 권호욱 선임기자.
손혜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구원투수가 될 것인가?
새정치민주연합이 당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한 손혜원(60) 크로스포인트 대표의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왜나하면 현대 정치, 특히 선거는 홍보와 마케팅 전략에서 승패가 좌우된다는 개인적인 믿음(?) 때문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본부장이 보여준 기발한 홍보마케팅 전략을 보면서 왜 새정치민주연합에 저런 인재가 없을까 탄식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조동원 전 본부장은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카피로 유명한 광고쟁이 출신이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처음 홍보본부장을 맡았을때 “사실 나는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던 그냥 ‘쟁이’였다. 그러나 ‘쟁이’ 한 명이 새누리당에 들어가서 저지른 혁명은 대단한 것이었다. 용도 폐기된 한나라당이라는 당명 대신 새누리당이라는 당명을 들고 나오면서, 보수의 상징이었던 파란색을 버리고 빨간색을 택했을 때 야당은 뒷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물론 조본부장 혼자만의 작품은 아니겠지만 종북좌파와 안보를 들고 나와야할 새누리당은 일자리와 복지,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세우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물론 머지않아 모두가 다 공염불이었음이 중명됐지만 선거 당시에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지난 2014년 재보선 선거에서 잠시 홍보본부장으로 차출된 조동원은 또다시 파격을 보여줬다. 김무성 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반바지 차림으로 유세장에 나타났고, 윤상현과 김세연 의원이 광화문에서 ‘도와주십시오’라는 피켓을 들고 1인유세를 했다. 뿐만 아니라 ‘혁신작렬’등 선거문구도 젊은층의 감각에 맞췄다.
마치 2002년 대선때 광고인 송치복씨가 노무현 후보를 당선 시켰을때 보여줬던 신선함을 새누리당의 홍보, 마케팅 전략에서 본 셈이다. 2002년 대선때 기타를 치면서 양희은의 ‘상록수’를 부르던 노무현 후보의 홍보영상과 ‘2번 생각하면 노무현이 보입니다’라는 참신한 카피가 노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그 영상과 카피가 생각나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보자. 손대표는 홍익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의 광고인으로 카피라이터가 아닌 디자이너로 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주 브랜드인 ‘처음처럼’의 이름을 지었고, ‘종가집 김치’, ‘트롬’, ‘엑스캔버스’, ‘이브자리’, ‘엔제리너스’, ‘레종’ 같은 익숙한 브랜드 탄생에 기여했다. 카피라이터 출신의 조동원 전 본부장과는 광고계에서 대비되는 행보를 보인 인물이다. 광고계에서는 서로 출신 배경이 다른 두 사람에 대해 손본부장이 조 전 본부장에 비해 디테일은 강하겠지만 전체적인 어젠다를 만들어가는데서는 다소 뒤질 것이라는 평을 하기도 한다.
각설하고, 최근 손혜원 본부장의 페이스북에서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고백 1’이라는 글을 통해서 손 본부장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백 2’를 고대하고 있다. 그의 고백에 따르면 그는 4남2녀의 넷째로 태어났다. 위로 오빠가 셋이었고 아래로 여동생과 남동생이 한 명씩이다. 어려서부터 남자형제 속에 던져 키우신 부모님 덕분(?)에 그는 중학교때 이미 오빠들과 섞여서 고스톱과 포커를 하면서 경쟁을 배웠다고 했다. 또 대학시절에도 남자들의 카운셀러로 활약했기에 남자동창들 사이에서 ‘손대장’으로 불렸다고 했다. 또 무슨 일이건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내고 마는 성미 때문에 서른다섯에 골프를 시작하여 갈비뼈가 두 번이나 부러지면서 1년만에 싱글을 기록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지금 새정치연합의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처음 그가 한 일은 문재인 당대표를 비롯한 주요당직자들의 셀프 디스였고, 최근에 구태의연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수막의 카피와 디자인을 바꾸고 있다. 미디어와의 인뷰도 틈틈이 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체질개선을 약속하고 있다. 암초들이 있지만 당명도 조만간 그의 머리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문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위원장을 소개하면서 “손 위원장은 다들 아시다시피 기업·상품 디자인, 네이밍, 로고 면에서 한국 최고로 평가 받는 분으로, 수많은 히트 상품들이 있다”고 추켜세우면서 당의 전면적 이미지 쇄신의 전권을 갖고 출발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왕이면 손혜원 본부장이 그의 오빠들과 고스톱이나 포커를 쳐서 지지 않는 법을 배웠듯 새정치민주연합의 당직자와 의원 나리들과 대차게 싸워나갔으면 좋겠다. 1년만에 골프 싱글을 기록한 독종 스타일로 좀체로 야당의 향기가 나지 않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개혁을 몰고왔으면 좋겠다.
물론 총선이나 대선이 특정한 몇몇 사람이 만든 당명이나 로고, 카피로 좌지우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규모 지역유세나 돈선거, 조직선거가 무력화 되고, 유권자들이 꼼꼼이 공약을 따지고 인물을 보고 투표하지 않는 작금의 선례를 보면 호보와 마케팅 전략은 아주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조동원의 대항마로 내세운 손혜원이 더욱 기대된다. 물론 조동원 전 본부장이 다시 새누리당 홍보본부장을 맡게 될 것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자란다. 치열하면서도 깨끗한 선거가 다음 세대의 삶을 결정지을 것이다. ‘독종 대장’ 손혜원, 그의 새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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