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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다방은 어디로 갔을까?

일어나라, 조덕배

일어나라, 조덕배

 

 

                                    사진 경향신문 사진부

                     

 

 

 tvN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덕선과 택이가 키스신을 연출한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몽환적 분위기에서 펼쳐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입맞춤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애틋하게 만들었다. 그 장면에서 흐르는 노래가 조덕배의 명곡 꿈에였다.

 ‘꿈에 어제 꿈에 보았던 / 이름 모를 너를 나는 못잊어 / 본 적도 없고 이름도 모르는 / 지난 꿈 스쳐간 여인이여 / 이 밤에 곰곰히 생각 해보니 / 어디선가 본 듯한 바로 그 모습 /

떠오르는 모습 잊었었던 사랑 / 어느 해 만났던 연인이여 / 어느 가을 만났던 사람이여 / 난 눈을 뜨면 꿈에서 깰까봐 / 나 눈 못뜨고 그대를 보네 / 물거품처럼 깨져버린 내 꿈이여 / 오늘 밤에 그대여 와요.‘

 나는 젊은 청춘 남녀의 키스신 때문이 아니라 조덕배의 노래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면서 눈물이 났다. 조덕배, 그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옐로 보이스다. 또 보이스 자체가 듣는이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고, 몽환적인 상상 속으로 이끈다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박진영이 얘기하는 "공기반 소리반"의 전형이 바로 조덕배의 보이스가 아닐까.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들으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조덕배다.

2 000년대 초반경이었던가. 그당시 미사리의 카페에서 노래하던 조덕배씨가 전화를 했다. 당신 집에서 소주 한 잔 하자는 거였다. 그당시 내 집은 강북의 끝이었고, 조덕배씨는 일산에 살고 있었다. 야심한 밤에 부담되는 초대(?)였으나 그분의 매니저 차를 타고 일산까지 갔다. 일산 그의 아파트에 도착하니 이미 새벽 한 시. 거실에는 돼지고추장구이를 주메뉴로 하는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의 아내가 새벽 불청객을 마다하지 않고 마련한 상차림이었다.

 우리는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다. 조덕배씨는 제대로 결혼식조차 못하고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아내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전세로 싸게 들어온 아파트 얘기도 했고, 자라는 애들 이야기도 나눴다. 권커니 작커니 몇 순배 술이 돌자 그가 기타를 잡았다.

 나는 그날 펑펑 눈물을 쏟았다. 약간의 취기가 동반된 결과이기도 했지만 조덕배의 신산한 삶이 묻어난 노래는 듣는이의 가슴을 쥐고 흔들었다. 더군다나 온 세상이 적막강산이 된 새벽 두 시 듣는 노래는 더욱 특별했다. 내 생애 최고의 콘서트에 초대된 셈이었다. 그날 나는 취한김에 다시는 대마초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다짐과 좋은 노래를 만들어서 불러달라는 요구까지 한 뒤에 그집에서 나왔다.

 그로부터 10년뒤 조덕배의 뒤늦은 결혼식에 갔다. 강남의 한 웨딩홀이었고 그는 아내에게 뒤늦은 면사포를 씌워주었다. 신해철과 박상민 등 가수 선후배들이 그의 뒤늦은 결혼식에 함께 했다.

 그런데 그 뒤에 들려오는 소식들은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먼 얘기들 뿐이었다. 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마와 싸워야 했고, 또다시 대마초로 구속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는 아내와 이혼법정에 서야했다. 나는 그가 그런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약에 의지해서 좋은 가수 한 명이 망가져가고 있음을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또 그를 끝까지 감싸주지 못하고 떠나는 부인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안타까운 것은 예전같은 목소리로 그가 노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시련이 좀더 단단해지기 위한 단련의 과정이라고 믿고 싶다. 언젠가는 그가 아름다운 목소리를 회복하여 다시 좋은 노래를 우리에게 들려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