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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 가을이 쓸쓸하다 풍경 하나. 올봄에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에 가볼 기회가 있었다. 언젠가 한 번쯤은 가봐야겠다고 맘먹었지만 늘 쫓기듯 제주도를 다녀왔기에 작지만 아름다운 섬, 마라도를 보는 건 쉽지 않았다. ‘마라도는 내 제주도 생활에서 한라산 꼭대기의 그 구름 속에 가득한 전망과 함께 내게 태고 이래의 초시간 속에 존재할 수 있는 어떤 기이한 용기를 베풀어 주었다.’ (고은 중에서). 마라도의 장군바위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찍이 시인 고은은 제주도에 머물던 낭인 시절부터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마라도를 가끔 찾았다고 했다. 그곳에서 풍성한 자연의 숨결을 빚어 훗날 노벨상 후보에 오른 저력의 터전을 마련했음은 불문가지다. 그런 고은의 증언을 떠올리면서 나 역시 부푼 기대를 갖고 모슬포항을 떠나 마라도의 선착장에 내렸다. 나.. 더보기
‘명품녀’와 ‘명품방송’ 사이 소위 ‘4억원 명품녀’로 마음이 상한 국민들이 많다. ‘4억원 명품녀’로 지칭된 김경아씨는 지난 7일 Mnet 에 출연, “자신이 현재 입고 있는 옷과 장신구 등이 4억원어치에 이르며 직업이 없지만 부모님의 용돈으로 화려한 생활을 유지한다”면서 “내가 패리스 힐튼보다 못할 게 없다”고 큰소리쳤다.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네티즌들의 비난여론이 들끓자 급기야는 국회까지 나섰다. 한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출석한 국세청장에게 “서민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주는 ‘명품녀’에 대해 과세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이번에는 방송 자체가 조작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M.net / 경향신문 자료 사진 (M.net 제공)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 같은 이 사건을 접하면서 한숨이 .. 더보기
편히 쉬세요, 앙선생 앙드레 김, 아니 김봉남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그 분이 세상을 떴다. 원로배우 최은희부터 최지우, 탤런트 최불암부터 원빈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초월한 스타들의 조문행렬은 그의 그림자가 얼마나 크고 넓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왕년의 톱스타였던 엄앵란을 시작으로 손녀뻘인 고아라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에 걸친 스타들이 그가 바느질한 옷을 입은 셈이니 그 영향력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겠다. ‘앙선생’은 그의 표현처럼 ‘판타스틱’하고 ‘엘레강스’한 생애를 살다 가셨다. 많은 이들이 그 분을 추모하는 건 자신의 꿈을 위해 일평생을 매진해온 열정에 대한 헌사이리라. 패션에 문외한이지만 그 분의 독특한 디자인은 온 국민이 알 정도로 개성이 강하고 특별했다. 끊임없는 열정으로 평생을 지켜온 원칙 때문에 오늘에 이르러 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