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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혜'와 '영자' 사이 ‘근혜’와 ‘영자’ 사이 영화 , 사진 경향신문 사진부 ‘빨간꽃 노란꽃 꽃밭 가득 피어도 / 하얀나비 꽃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 흰구름 솜구름 탐스런 애기구름 / 짧은셔츠 짧은치마 뜨거운 여름 / 소금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이 불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이 ‘사계’는 빠르고 경쾌한 멜로디와 리듬 속에 노랫말이 주는 무게 때문에 슬픔이 듬뿍 묻어나오는 노래다. 70년대 ‘잘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시골에서 올라온 우리의 누이들은 청계천과 구로공단에서 매일 계속되는 잔업에 시달리면서 미싱을 돌렸다. 전태일의 분신이나 YH사건 등 굵직한 노동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개발독재의 깃발 아래 우리 누이들과.. 더보기
시를 사랑하는 딸에게 사진 경향신문 사진부 시를 사랑하는 딸에게 딸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저 켠에 환한 등불이 켜지는 딸아. 어느덧 십일월이다. 시월의 마지막 밤에 젊은 친구들은 할로윈축제로 시끌벅쩍 했다는데 대략 인생의 가을쯤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 아빠는 쓸쓸함이 절반이었다. 그래서 한 잔 했다. 다시 못올 것들을 호명하면서 말이다. 요즘 시집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했지? 지내놓고 보니 시(詩)는 마치 첫사랑 같은 것이더구나. 기쁠 때나 슬플 때,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릴 때, 꽃이 지고 황혼이 걸릴 때 문득문득 떠올라 목울대에 걸리는…. 그때마다 울컥하고, 요즘말로 ‘심쿵’하는 게 시였다. 네가 젊음의 한때 그런 시를 마음 속에 담아두는 건 첫사랑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행복한 일이지. 함민복이라고, 아빠가 아는 .. 더보기
조용필과 아이들, 방배동 노래방습격기 가요계의 맏형 조용필, 경향신문 사진부 조용필과 아이들, 방배동 노래방습격기 벌써 10년도 넘은 2004년의 일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날 저녁에 서울 방배동 조용필 형의 빌라에서 그와 마주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 출신이자 ‘삐삐밴드’ 등 재기발랄한 록음악을 제작하여 세상에 내놓은 송홍섭씨도 함께였다. 오랜만에 들른 조용필 형의 집은 적막 그 자체였다. 예전 같으면 형수인 안진현씨가 손수 끓인 김치찌개에 소주를 내놓으면서 조금만 드시라고 했을 터인데 황망간에 세상을 뜨셨으니 넓은 집이 더욱 썰렁해 보였다. 일하시는 아주머니도 퇴근한 뒤였기에 용필이 형이 냉장고를 주섬주섬 뒤져서 김치며 밑반찬을 늘어놓고 소주를 마셨다. 소주를 마시면서 나눈 얘기도 늦가을의 쓸쓸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