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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계의 돈키호테, 이두헌 사진 경향신문 사진부 대중음악계의 돈키호테, 이두헌 80년대 중반 당시 잘나가던 지구레코드에서 내가 근무하던 잡지사로 보내온 LP음반 한 장이 눈길을 끌었다. 풋풋한 젊은이들로 결성된 다섯손가락이라는 그룹의 데뷔앨범이었다. 집에 가져가서 무심결에 턴테이블에 걸어놓고 음악을 듣다가 나는 허리를 곧추 세웠다. 아 이게 뭐지?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과 ‘새벽기차’ 등 범상치 않은 제목을 단 노래들이 내 귀를 사로잡았다. 록을 기반으로 포크를 가미한 노래들은 리듬과 멜로디가 풍성했으며, 노랫말은 너무도 서정적이고 감미로웠다. 가사 한 편을 옮겨 적어놓으면 한 편의 잘 쓰여진 시였다. 그 시절은 캠퍼스 밴드의 열풍이 불어올 때였다. 전인권이 이끄는 들국화와 김창완이 동생들과 만든 산울림의 영향력이 막강했으며,.. 더보기
<복면가왕>과 씁쓸한 가요계의 현실 과 씁쓸한 가요계의 현실 얼굴을 가린다는 건 익명성을 보장받는다는 차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계급장을 뗀 채 미지의 상대방과 조우한다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얼굴이 잘 생겼거나 못생겨도, 늙었거나 젊었어도 가면을 쓰는 순간에 모두가 평등해진다. 또 가면을 쓰고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세상과 만나는 것 역시 익명이 주는 자유로움을 느낀다는 점에서 한 번쯤 일탈의 충동을 느낀다. 어린 시절 타이거 마스크나 황금박쥐를 시작으로 최근 스파이더맨에 이르기까지 가면이 주는 반전은 보는 이들에게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중세시대 상류층에서 유행한 가면무도회는 무료한 세상을 좀더 즐겁게 살기위해 만들어낸 놀이라면, 우리나라의 탈춤은 서민들이 양반들을 .. 더보기
소녀는 자라서 아줌마가 된다 소녀는 자라서 아줌마가 된다 에서 엄마이자 강력계 형사역의 김희애(왼쪽)과 대학 졸업 직후 김희애(위) 취재를 겸해서 김희갑·양인자 부부를 만났다. 김희갑 선생님이 36년생, 양인자 선생님이 45년생이시니 나란히 팔순과 칠순을 넘기셨다. 이들 부부가 대한민국 가요 역사를 어떻게 써내려왔는지는 삼박사일 동안 얘기해도 모자라기에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자.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히트곡을 얘기하다가 두 분이 작사·작곡한 혜은이의 ‘열정’에 이르렀다. ‘안개 속에서 나는 울었어. / 외로워서 한참을 울었어. /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 들판에 서서 나는 울었어. / 외로워서 한참을 울었어. /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 만나서 차 마시는 그런 사랑 아니야. / 전화로 얘기하는 그런 사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