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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수의 오솔길 2 봄꽃 /김윤환/ 남산을 돌아 장충동 오는 길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진달래를 본다 제 몸 달아올라 온 산을 다 태워도 제 향기 놓치지 않는 저 꽃의 몸부림 내 작은 가슴에 불붙어 오는 그리움도 저 산에 뿌려져 제 모습 온전히 드러내는 한바탕 몸부림이었으면 꼿꼿이 서서 붉은 채로 죽어가는 봄꽃이었으면 -시집 ‘그릇에 대한 기억’(문학의 전당) 4월이 다 지나간다. 4월은 춥고 스산했으며 끝내 강원도 어디쯤에 폭설을 퍼부었다. 비바람 속에서 오체투지로 버티던 꽃들도 철늦은 꽃샘바람에 새파랗게 질렸다. ‘꼿꼿이 서서 붉은 채로 죽어가는 봄꽃’들이 짧지만 화려했던 봄날의 한때를 그리워하면서 초록 속으로 급하게 몸을 숨긴다. 때로 저 봄꽃들처럼 살다 가고싶다. 온몸 불살라 타오르다가 소리없이 지워지고 싶다. 하얗.. 더보기
오광수의 오솔길 1 기계 기계 -공광규 허겁지겁 출근하는 나를 앞집 개가 짖지도 않고 물끄러미 쳐다본다 “저 인간…… 망가져서 달그락거리는…… 감가상각이 끝나가는…… 겨우 굴러가는 기계 아냐?” 개는 이렇게 생각을 더듬거리고 있나 보다 개도 거들떠보지 않는 나는 이 밀림의 누구인가 생산성과 헐떡이며 성교를 벌이고 있는 나는. -공광규시집 ‘소주병’(실천문학) 불혹이 넘은 시인의 시집에서 지친 어깨가 보였다. 그는 ‘조심스럽고 깨끗한 연애를 꿈꾸다가도/끝내는 튼튼한 가정을 위해 건배’(흘러가는 실내 포장마차)하고, ‘신혼의 첫 다짐처럼 하얗던 벽지도/때가 탈대로 타고/방구석에 무관심이 거미줄을 친’(휴일, 권태) 집에서 산다. ‘나는 그게 안 되고/아내는 그것도 못하냐며 핀잔을 주고/나는 더 쪼그라들고/아내는 이내 돌아눕는다.’ .. 더보기
[TV는 추잉검]‘나는 가수다’가 ‘나름 가수다’에서 배워야할 것들 지난 주말 방송한 MBC 의 ‘나름 가수다’편은 같은 방송사의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수작이었다. ‘나름 가수다’의 시청률은 20.6%(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나는 가수다’는 8·7%로 실망스런 시청률을 보였다. ‘짝퉁’이 ‘명품’을 가볍게 제압한 꼴이다. 왜 그랬을까. 우선 주말에 방송된 두 예능 프로그램의 콘텐츠를 살펴보자.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7명의 멤버가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된 ‘나름 가수다’는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정준하의 ‘키 큰 노총각 이야기’는 “마흔 둘 노총각, 제 이야기”로 시작해 “노총각 모두 힘내세요. 우리 꿈은 결혼 아닌 사랑, 죽을 때까지 사랑해요”라고 이어지는 가사가 시청자들을 울렸다. 그런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