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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사진 경향신문 사진부 운주사(雲住寺) /시바타 산키치/ 붉게 익은 고추가 바람에 흔들리는 눈이 닿는 한 끝없이 펼쳐진 고추밭은 석양에 불타는 구름 같다 운주사로 오르는 오솔길을 바람에 이끌려 드문드문 비치는 사람 그림자와 함께 간다 천의 탑, 천의 돌부처가 이 들판에 흩어져 있다고 한다 햇빛 아래, 부처의 등이 깨어지고 얼굴은 잘려서 떨어져 나가 풀숲에 잠들어 있다 9층이었던 석탑도 7층으로 하늘이 무너뜨린 것인가 사람이 무너뜨린 것인가 기단에 걸터앉아 광주에서 온 노인들이 차를 마시고 있다 “이것도 부처님, 저것도 부처님입니다” 사방에 흩어진 돌조각들을 가리키며 오래된 일본어를 기억해내면서 가르쳐 준다 이것도 부처님? 밟고 왔던 풀 속에서 돌조각을 하나 줍는다 이제 상처는 치유되었을까 안으로부터 마멸된.. 더보기
노래, 때로 시보다 아름다운 사진 경향신문 포토뱅크 노래, 때로 시보다 아름다운 -대중가요 노랫말의 시적 감수성 분석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Yes, ‘n’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Yes, ‘n’ how many times must the cannon balls fly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How many years can a mountain exist Before it.. 더보기
그냥 사진 오광수 그냥 오광수 봄꽃이란 봄꽃 모조리 다 피었을때 우리네 생도 모조리 피었으면 좋겠네 그늘 속 숨죽이던 이끼들까지 연파랑으로 피어났으면 좋겠네 산수유는 이미 노랗고, 개나리는 저리도 환한데 화무십일홍, 화무십일홍 울어버릴듯 고개 떨구고 지나가는 당신 목련꽃 그늘 아래서 입맞춤하던 그 순간 눈 앞을 뒤덮던 황홀한 꽃비는 사라지고 추억하기엔 너무 잔인한 오월의 하루 시나브로 청춘은 시들어 이제는 꽃 진 자리 송홧가루가 버드나무 솜털 사이로 흩날릴 때 푸른 소나무 사이로 하염없이 걸어가던 당신 어디쯤 맨발로 걷고 계시는지요 다시 시작한다면 그 어디쯤서 그냥 이름없는 야생초로 피어나고 싶다네 봄꽃이란 봄꽃 모조리 다 질 때 우리네 생도 그냥 저물었으면 좋겠네 노여움도 서러움도 없이 가는 봄이 아쉽지 않.. 더보기